<콘텐츠플러스+, 새로운 캐릭터 발굴하기>

우리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탄생 

펭수, 붱철조교, 낄희교수, 이호창, 매드몬스터!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인기 캐릭터들입니다. 아이돌, 재벌, 학교 등 익숙한 설정에서 새로운 해석으로 신선함을 준 캐릭터라는 공통점을 지니는데요. 신선하지만 익숙한, 익숙하지만 신선한 캐릭터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메타코미디의 정영준 대표님, EBS 박재영 PD님과 콘텐츠플러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영준 대표님은 국내 최초 코미디 레이블인 메타코미디를 이끄는 수장입니다. <매드몬스터>, <B대면데이트>, <05학번이즈백> 등 신선한 기획으로 유튜브에서 코미디 바람을 이끌고 있습니다.

박재영 PD님은 EBS 교육방송이 뉴미디어 콘텐츠 맛집으로 평가받게 한 <자이언트 펭TV>와 <딩동댕 대학교>를 연출했습니다. 대학원생의 설움을 유쾌하게 풀어낸 붱철 조교 등 2030세대 감성을 녹여낸 캐릭터를 만들며 많은 공감을 자아냈죠.

유튜브를 기반으로 TV라는 레거시 미디어(*) 매체에서 벗어나 뉴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낸 두 분과 나눈 이야기를 살펴볼까요?

정영준

아이디어는 사실 저희 주위에 다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결국은 콘텐츠라는 것은 세상의 어떤 한 부분을 현미경으로 보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랬을 때 우리가 주위에 있었던, 도처에 산재하는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서 현미경을 갖다 대면서 ‘완전 웃기다.’라는 생각이 한번 들면, 그런 웃기는 상황들을 하나씩 찾아 발전시켜 나가는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는 크리에이터가 직접 제안할 때도 있고 저나 크루 동료들이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도 있습니다. ‘결국은 집단 지성을 통해서 뭔가 재밌는 걸 뽑아보자.’가 시작점이지만, 아이디어 발전 과정에서 집단을 이루어서 창작 활동을 하게 되면 완전히 산으로 갑니다. 산에서 다 같이 만나 끔찍한 혼종으로 최악의 콘텐츠가 나오죠.

그래서 저는 창의성에는 특정 한 명이 확신을 가지고 ‘이 콘텐츠 될 것 같아 한번 해보고 싶어요.’라는 의견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최초 아이디어를 냈던 사람이 살리고자 했던 핵심 부분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게 진행하는 편이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모두 청취하고 반영하려 하면 산으로 가기 때문에 지양하고 있습니다.

박재영

아이디어는 평소에 보는 것에서 재밌는 소재 혹은 표현이 보이면 그때그때 저장을 해두는 편이에요. SNS 브랜드 계정일 수도 있고, 전시 또는 책이거나 지나다가 본 광고 아니면 친구하고 떠드는 재밌는 수다일 때도 있어요. 직업병처럼 친구들을 만나면 ‘재밌게 보는 거 없어’ 나 ‘재밌는 얘기 없어’를 묻곤 해요. 이렇게 쌓인 아이디어들이 기획할 때 결과물로 이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어요.

대학생 때 엔터사에서 인턴을 했었는데 연습생분들과 아이돌 홈마(*)분들을 많이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 홈마의 생태계가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고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소재로 다뤄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EBS에 입사한 뒤, 홈마가 주제인 이야기를 어떻게 가공해서, 누구와 붙였을 때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올까 고민했죠. 그러다 가장 극단에 있는 경호원을 떠올리게 됐어요. ‘홈마와 경호원이 같이 밥을 먹는다면...’이라는 기획을 냈고 이후에 ‘극단에 있는 두 사람의 식사’라는 포맷으로 발전시켜 <밥친부터 시작>이라는 시리즈가 나왔어요.

* 홈마(Homepage master) : 아이돌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팬을 일컬음. SNS가 보편화되기 전 직접 만든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홈페이지 + 마스터'라는 의미의 '홈마'라는 이름이 되었고, 이 호칭이 굳어져 '사진 찍는 팬=홈마'로 불리게 됨.

아이디어는 ‘재미’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될 수 있고, 기획자라면 많이 보고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평소에도 ‘어떤 식으로 발전시키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면 활용할 기회가 찾아오는 것같습니다.

캐릭터 발굴 #3. 세계관 속 캐릭터, 사랑받는 캐릭터와 IP 비즈니스

정영준

캐릭터와 세계관은 일정 기간 사람들의 관심이 쌓였다가 결국은 증발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어떻게 생명력을 조금 더 가져갈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있어요.

아이돌 사업하고도 비슷한 게 아이돌도 콘셉트를 계속 바꿔서 앨범을 내잖아요. 아이돌이 여러 컨셉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소구점을 찾아가는 것처럼 코미디 또한 자유롭지 않은 업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레이블 안에서도 캐릭터와 콘텐츠를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재영

콘텐츠는 세상에 없던 캐릭터를 내보내는 일이고 이렇게 공개된 캐릭터들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야 IP 비즈니스로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에게 호감도를 사기 위해서 지나치게 반사회적이거나 반체제적인 성격을 지닌 캐릭터는 지양해요. 하지만 이런 캐릭터가 결핍 없는 완전무결함을 뜻하는 건 아니에요. 캐릭터 기획과 콘텐츠 제작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건 캐릭터의 성장이에요. 결핍이 있는 캐릭터여야 성장이 보여요. 그리고 캐릭터가 지닌 결핍이 미워 보이지 않아야 상품성을 가져갈 수 있죠. 그래서 콘텐츠 안에서 캐릭터를 설명할 때 재밌는 관계성을 만들며 캐릭터가 지닌 결핍을 귀엽게 포장 해주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해요.

더불어 캐릭터의 비주얼을 만들 때도 소비 대상을 명확히 가져갑니다. 소비 대상을 팬들로 한정 짓지 않고 캐릭터를 접하지 않은 사람도 굿즈나 이모티콘 등을 보면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기획 단계에서 같이 고려해요. 그래서 캐릭터가 여러 IP 비즈니스로 활용 가능하도록 설정과 디자인 요소에 더 신경 쓰는 편이에요.

IP 비즈니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 콘텐츠와 캐릭터가 추구하는바'에 반하는 것을 배제하는 일인 것 같아요. '펭수'의 경우 협업이나 상품 출시, 광고 등 여러 제안이 들어왔지만, 세계관을 침해하거나 EBS 가치관을 흔드는 것은 과감하게 거절했어요. 그래야 오히려 정체성을 유지해가며 오랫동안 사랑받는 캐릭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캐릭터 발굴 #4. 웃음의 경계, 불편함 없는 캐릭터와 콘텐츠에 대하여

정영준

저 스스로 코미디를 정의할 때 누구를 놀리는 행위라고 정리했어요. 놀리는 대상은 자기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또 집단이 될 수도 있어요. 이런 과정에서 놀림을 당하는 누군가는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는 게 코미디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도 불편하지 않은 코미디를 하려면 자기만 비하해야 하는데 그것만이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재밌게 놀려서 불편함을 날려버릴 수 있는 코미디가 좋은 코미디가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특정 개인, 특정 집단이 이런 놀림에 있어서 굉장히 예민한 집단이라고 해서 그 놀림을 멈추는 것도 사실은 굉장히 그분들의 손해라고 생각하거든요. 놀림 받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가치가 되게 커요.

그러니까 <한사랑산악회>라는 콘텐츠를 만들어 '60대, 1호선, 막걸리 냄새, 번쩍번쩍한 등산복' 이런 것들을 놀린 거거든요. 근데 <한사랑산악회> 댓글에 가장 많이 달리는 것 중의 하나가 이 아저씨들이 예전에는 정말 너무 싫고 시끄럽고 싫었는데 <한사랑산악회>를 통해 이 사람들이 되게 정이 간다라는 얘기를 해요. 우리는 놀림이라는 행위가 굉장히 누군가를 배제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와 반대로 때로는 화합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거죠.

놀림이 조금 더 허용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고, 저 자신도 놀림을 받았을 때 웃어줄 수 있는 배포를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결국 코미디는 놀리는 거고 놀리는 건 즐거운 행위인 ‘놀다’ 에서 나온 말이잖아요. 그래서 코미디를 통해 다 같이 놀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박재영

정영준 대표님의 놀림 얘기는 생각 못 했던 지점이라 멋있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서로 놀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놀림이 유효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BS는 교육방송이고 그 안에서는 분명히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정해져 있어요. 이게 소재의 제한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다양한 소재에 대해 현실적인 얘기를 하면서 ‘웃긴 판을 설정한다.’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축의금, 성교육, 비속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인형들이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나오는 재미들이 있잖아요. 연출자로서 그런 포인트에서 재미를 집어내려고 하는 것 같고요.

누군가를 저격하거나 상처 줄 여지를 배제한 상태를 설정하려 해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제한 없이 이야기하는 것으로부터 나오는 재미를 추구하려 노력합니다. 이상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 만들기에는 너무너무 고통스럽고 지난한 과정이기는 합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 게임人, 게임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