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초기 작품들을 작업할 때는 이론에 대한 배경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특히, 만화나 웹툰만 그리던 시기에는 이론보다는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작품으로 만들지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는데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시작하면서 관련된 이론을 공부하고 형식들을 알게 됐습니다. 또 이런 요소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현재는 형식적인 부분을 신경 쓰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서 말씀드린 '주제'와 관련해서도 '문제의식'이 있는 작품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작품에 필요한 문제의식은 ①주인공의 상황과 사회적 문제가 부딪혔을 때 ②주인공이 이를 어떻게 마주하는지에 대해 ③복합적으로 풀어가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저는 제 작품이 형식적인 요소와 문제의식을 모두 충분히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만자>는 암 환자를 위한 봉사를 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투병 중이고, 그 옆에서 환자의 가족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는데요. 하지만 우리는 암이라는 질병을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취급하고, 농담 삼아 답답할 때 '암 걸린다'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이런 부분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아만자>를 작업했습니다.

 <D.P.>의 경우, 군 생활과 탈영병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특히, 탈영병과 그 탈영병을 잡는 병사라는 설정이 꽤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모두 같은 이유로 군 복무를 하는 입장인데, 누군가는 탈영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탈영병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 마치 한 편의 블랙코미디의 상황 같다고 느껴졌어요. 그리고 군 생활의 열악함을 조명하고 싶은 마음도 담아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